타순 7번까지 밀린 이정후…'컨택 천재'에 드리운 침묵의 그림자
샌프란시스코의 기둥, 6월 들어 무너진 타격감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부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이정후. 하지만 시즌이 반환점을 돌며 맞이한 6월, 그의 타격감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시즌 초 3번 타순을 책임졌던 그는 이제 7번 타순까지 내려앉으며 팀 내 입지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눈에 띄는 수치의 하락…'정확도'만으론 부족했다
6월 20일 클리블랜드전에서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친 이정후는 현재 시즌 타율 0.259를 기록 중이다. 이는 4월 타율 0.324에서 급감한 수치이며, 같은 기간 출루율은 0.324, 장타율은 0.421, OPS는 0.745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최근 7경기 타율은 0.111(27타수 3안타)에 불과할 만큼 심각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정후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일관된 타격감'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배트 스피드·강한 타구 비율, 모두 하위권
베이스볼서번트가 제공한 스탯에 따르면, 이정후의 배트 스피드는 리그 하위 8%, 하드히트율은 하위 13%에 불과하다. 공을 정확히 맞추는 능력은 여전하지만, 파워풀한 타구를 생산하지 못하는 문제가 성적 부진의 핵심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진율 11.4%(상위 96%), 헛스윙률 13.5%(상위 95%)는 컨택 능력 자체는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타순 하향, 단순한 휴식 아닌 구조적 조정?
이정후는 시즌 초 3번 타순에 배치되었으나 이후 1번, 2번으로 내려갔고, 최근 들어서는 6번을 거쳐 드디어 7번까지 밀려났다. 이는 감독진이 단기적인 타격 부진이 아닌, 근본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음을 시사한다.
클리블랜드전에서는 첫 타석에서 땅볼, 두 번째 타석에서도 야수 정면으로 향한 강한 타구가 아웃 처리되는 불운이 이어졌다. 볼넷을 골라 결승 득점에 기여하긴 했지만, 타석 내 존재감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상태다.
기대 타율은 0.292…반등 가능성은 남아 있다
비관적인 데이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 타율(xBA)은 0.292로, 현재 실적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는 단기적인 운이나 수비 운이 이정후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조만간 타격감이 회복될 수 있다는 근거로 작용한다.
지난해 부상 공백을 딛고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한 이정후는 KBO 시절부터 증명된 '정밀 타자'였다. 타구 각도 조정과 중심 이동의 미세 튜닝만 이뤄진다면, 빠른 반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팀과 선수 모두 시험대…타순 7번의 의미
이정후를 향한 구단의 메시지는 복합적이다. 타순 하향은 부담을 덜어주려는 배려이자, 경쟁을 통한 자극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라인업의 효율성을 최대화해야 하며, 이정후의 회복 여부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팀 전체 생산성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이정후가 다음 시리즈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단지 성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타격 슬럼프가 끝내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위기’로 이어질지, 이제 모든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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